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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기

2024.12.24. 구리수마수 이브

euangmang 2024. 12. 27. 14:06

올해 크리스마스는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정확히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당구치고 닭발 드시고 오느라

이브의 자정을 넘긴 시각에 뵐 수 있었다.

2024.12.24. iPhone 13 Pro

이브 저녁... 여느때처럼 학교 투썸에서 일을 하다가

어머니께서 혼자 집에 계시다는 얘길 듣고

바로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그냥 크게 별 다른 생각은 없었고

뭔가 홀로 티비 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누나에게는 시간 맞춰 피자를 주문해달라 했고

나는 곧바로 차를 몰고 강변북로를 달렸다.

마포대교를 건너고 신월여의지하차도를 통과한 후

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집에 도착했고

내 예상처럼 그냥 티비 보고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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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특히 좋아하는 교촌치킨.

아주 피자치킨 파티파티였다.

티비도 같이 봤는데, 어머니는 EBS를 자주 보신다.

집이라는 건축물에 관한 내용,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내용,

마지막으로는 거북이의 시작과 끝에 관한 내용을 봤다.

바다거북이가 알에서 태어나고

이것저것 뜯어먹어 성장하고

산란을 하고

여기 저기서 삶을 마감한다.

대다수는 알에서 부화하지 못 한 채,

거북이로서 모습을 갖추지도 못 한 채로 생을 마감하더라.

부화하더라도 여러 포식자에게 잡아 먹힌다.

그러한 고초를 모두 겪은 후 살아남은 일부의 거북이는

바다를 헤엄치다 곳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심해에서 생을 마감하는 거북이들이었다.

햇빛이 바다 깊은 곳까지 닿아서

거북이들이 헤엄쳐 들어갔지만

이내 햇빛이 사라져 어둠과 스산함만이 감도는 순간부터

거북이들은 시야가 차단되어 빠져나올 수 없게 되고

그 자리에서 숨을 더 이상 쉬지 못 해 생을 마감하더라.

앙상한 뼈와 등딱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쩌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가 거북이로 끝나버렸다.

용두사미이긴 한데, 역시 EBS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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