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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기

2024.10.03. 북촌

euangmang 2024. 10. 6. 16:25

바디: FUJIFILM X-Pro3

렌즈: FUJIFILM XF 27mm F2.8 R WR

필름 시뮬레이션: Classic Negative


서울로 올라와서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나들이를 했다.

올라온지 한 달은 넘었는데 그간 여유도 없었고

인천 집이 너무 먼지라 귀가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프기도 했고.

(사실 이 날 이후로 다시 아프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자취방에서 북촌까지 가는 경로야 뭐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나는 어린이대공원역 --(7호선)--> 건대입구역 --(2호선)--> 을지로3가역 --(3호선)--> 안국역

이 경로를 선택했다.

 

가자마자 우선 점심부터 때렸는데, 메뉴는 피자 + 맥주.

차가 없으니 역시 술을 자유롭게 반주로 마실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기더라.

살짝 작년의 교토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안국역에 도착은 11시 30분경에 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들 점심 먹으러 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직 활동 시각이 아닌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아직도 능소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다 지고 없지 않나...?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서 햇볕을 정통으로 다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는 가을이 왔다 싶을 정도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갑자기 다시 더워지는 법이 어디 있는지...

덕분에 땀을 옴팡지게 흘려버렸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북촌에는 뭐 어떤 목적이 있어서 간 건 아니었다.

어딜 무조건 가봐야겠다라는 목적의식도 없었고

뭔가 꼭 먹어야 한다라는 것도 없었다.

나는 분명 ISFJ이지만 이럴 때면 언제나 무계획성의 나들이를 즐긴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하지만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나들이의 목적 자체가 그저 잘 모르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좁은 골목길이나 내 마음을 흔드는 조형물들을 찍고 싶어하는 편인데,

그것은 계획을 짠다고 가능한 게 아니더라.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여기 저기 그 동네 자체를 누비고 다니다보면

내 마음에 드는 골목길을 발견할 때도 있고

이렇게 마을의 전경을 찍을만한 장소도 발견할 때도 있다.

그게 카메라를 들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나들이의 목적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그와중에 꽃이 예쁘게 피어서 또 한 컷.

멀리 보기도 하고

가까운 것들을 보기도 하고.

움직이는 다리만큼이나 내 시야도 바쁘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엇 저 종은 좀 갖고 싶다.

그런데 항상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좀 비싸야 말이지...

서울 와서 느끼는 점들 중 한 가지는

돈을 더 아껴야겠구나 라는 것이다.

광주에서보다 이것도 저것도 더 비싼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살 수 있는 것도 안 사게 된달까.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다시 돌아가서, 이렇게 무계획 같은 나들이의 큰 단점은

내가 원하는 장면이 내 눈 앞에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을 흔드는 장면은 장소와 날씨, 시각에 따른 입사각의 각도가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항상 보던 장소여도 날씨와 햇볕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장소여도 익숙해 보일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 조퇴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떠올려보면 대충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언제나 보던 등하굣길인데 그 시각에는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오묘한 경험.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여튼,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걷는 양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여기도 가봐야겠고 저기도 가봐야겠다는 마음에

어디든 걷게 되거든.

갔던 곳도 다시 가보고

이번엔 저쪽 길로도 가보고

아주 발에 땀이나도록 걸어다니게 된다.

덕분에 이 날 2만 보 이상을 걸어버렸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시간이 조금 지나니 굉장한 인파가 모였다.

무슨 이 날 서울 사람들 죄다 북촌 왔나...

좀 괜찮은 카페에 들어가자니 죄다 미어터졌고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무한정 걸어다닐 수 밖에 없었다.

체력 바닥...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그렇게 많이 걸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장면들이 다양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평소 볼 수 없던 풍경들이라 그런가...

이래서 관광지는 관광지인가보다.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생각해보면 내가 쓰는 글은 좀 여행지에 대한 정보보다는

그냥 그곳을 사진으로 담는 내 감정 기록인가 싶다.

어디 가게에 들어가도 그냥 이거 먹었다 정도로만 쓰기 때문에...

 

2024.10.03. FUJIFILM X-Pro3, XF 27mm F2.8 R WR, Classic Negative

애초에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정보 전달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내가 뭘 누구에게 알려줄 거시기도 아니고,

정보가 시시각각 변해서 나중에는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저 차도 사라져 있겠지.


글을 쓰다보니 뭔가 길어졌다.

원래 나눠서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이건 좀 나눠 써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