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다.
처음으로 큰 맘 먹고 구매했던 카메라는
초급기 OM-D E-M10이었으며,
최근까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카메라는
중급기 OM-D E-M5 MarkIII였다.
E-M10은 올림푸스뿐만 아니라 미러리스 시장에서도 한 획을 그었던 제품으로,
정말 알차게 사용했다.
그러던 중 2022년 여름에 E-M5 MarkIII를 구매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것은 어머니께 드렸다.
(잘 사용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때는 2024년 봄.
내 카메라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국내에서 올림푸스, 특히 E-M5 MarkIII를 구하기 어려운 와중에
내 글을 보고 구매하고 싶어졌다고.
당연히 국내에서는 내 기종을 구하기 어렵다.
우선, 올림푸스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지 몇 년째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철수 이후의 신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출시되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E-M5 MarkII까지는 팔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MarkIII는 그 이후였던 듯하다.
물론 나는 아마존 재팬을 통해서 직구매 했다.
그래서 전원 코드도 110v로 왔었지.
그리고 중고 시장에서도 올림푸스 매물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소유자들은 다들 소장하기 위해 내놓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회사가 철수한 마당에 팔아봤자 제 값을 받지 못 할 바엔 팔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또한 구매자 역시 드문 것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구매자가 있어야 뭐 어디에 팔든 하지.
그런데 나는 우연치 않게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급히 팔 생각이 없었다.
여전히 잘 쓰고 있었고
렌즈도 여럿 갖고 있었고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카메라였으니까.
무엇보다 올림푸스라는 브랜드는 나에게 조금 특별했기 때문이다.
가장 손이 많이 갔던 이유는 작고 예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구매하지만
그 중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구매했을 때 몇 번 사용하다가
결국 핸드폰 카메라로 회귀한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상당히 괜찮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라는 '짐' 하나가 더 느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카메라를 딱히 '짐'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갖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카메라의 크기는 나에게로 하여금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멀리 여행이라도 가야 할 때에는 더더욱 크게 작용하는데,
크기가 큰 카메라는 어딘가 부딪히기 쉽고 무게도 무겁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올림푸스와 같은 작은 카메라는 그렇게 신경쓸 일이 없다.
그리고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디자인이 아주 맘에 들었다.
전통적인 SLR 형태와 각진 디자인이 주요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명품 가방과 마찬가지로 이뻐야 어디든 갖고 다닐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외모지상주의는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스위블 액정을 채택하여 촬영 편의성이 전작에 비해 매우 개선되었으며
셔터감이 매우 '맛'있는 편에 속했다.
연사 속도도 빨랐고 초점 잡는 속도도 답답하지 않았다.
기계식 5축 손떨림 방지 역시 탄탄했다.
비록 마이크로포서드라는 작은 판형에서 오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아마추어 급에도 끼지 못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과분한 성능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카메라를 중고로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판매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올림푸스의 행태가 못마땅해서.
전작인 MarkII는 금속 외장을 채택하고 있어
작고 옹골찬 느낌이 매우 강해보였다.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카메라들 대부분이 금속 외장을 채택하고 있는데,
금속성이 주는 그 옹골찬 느낌이 정말 매력적이다.
하지만 MarkIII로 넘어오면서 플라스틱 외장을 채택하여
옹골찬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가까이서 보거나 직접 만져보면 살짝은 실망스러운 싸구려틱한 느낌이 들었다.
플라스틱 외장을 통해 원가절감을 할 수 있었겠지만
이전 제품까지 이어오던 금속성의 차가우면서도 단단하고 옹골찬 감각을
대차게 버려버린 것이다.
또한 올림푸스가 자국에서 카메라 사업부를 다른 곳으로 매각하면서
제대로된 개발을 하지 않는 것인지
최신작인 OM-5에서 여러 문제점이나 시대에 뒤처진 편의성을 전혀 개선하지 않은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같은 마이크로포서드인 파나소닉의 G9 MarkII만 보더라도
금속성 외장을 유지하는 한편,
신기술과 함께 여러가지 편의성 개선을 통해
풀프레임이 득실거리는 시장에서 열심히 헤쳐나가고 있는데,
이놈의 올림푸스 작자들은 그런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충전 단자도 오래된 버전을 사용하고 있고
(C-Type좀 넣어줘라!!!!)
OLYMPUS라는 로고를 뺴고 OM-SYSTEM로 대체하였으며
발전이 없는 거의 동일한 성능과
계속 유지되는 플라스틱 외장.
그냥 애정으로 참고 있었는데
파나소닉에서 엄청난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비교를 하니
울화가 치밀더라.
물론 파나소닉의 제품은 값이 훨씬 많이 나갔지만,
그 정도의 값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림푸스에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
그 값이 합리적인 선에서 증가했다면 바로 구매했을 것이다.
여하튼 상기와 같은 이유로 결국 판매를 해버렸다.
나는 정말 내용물을 포함하여 풀박스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구매했던 그 당시 모습 그대로 포장하여 넘겼다.
구매자 입장에선 개꿀.
심지어 원래는 직구를 했기 때문에 충전선이 110v 코드인데, 내가 220v로 바꿔서 넣어줬다.
크게 후회하진 않는다.
판매 후 며칠간은 조금씩 생각나긴 했지만
이미 올림푸스라는 브랜드의 행태로 인해서
정이 좀 떨어진 상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덜 나기 때문이다.
역시 잊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사실 아직 단렌즈 두 개는 갖고 있는 상황이다.
M.Zuiko Digital ED 25mm F1.8
M.Zuiko Digital ED 12mm F2
이 두 렌즈 역시 아마존 재팬에서 직구로 구매했는데,
언젠가 다시 올림푸스를 구매하여 꽂을 날이 있을까 싶어서 놔뒀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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